2006년 개봉한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는 18세기 파리(프랑스)를 배경으로, 천재적인 후각을 가졌으나 정작 자신만의 체취는 없는 한 남자가 궁극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집착·파멸의 과정을 그렸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 분)는 자두 파는 소녀(카롤리네 헤르푸르트 분)의 매혹적인 향기에 홀려, 실수로 그녀를 질식사시켰다. 사람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향기를 영원히 소장하고자 하는 집착을 품게 된다. 향수제조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향기는 증류법으로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 후, 궁극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그라스(Grasse, 프랑스 남부)로 향했다. 그라스는 원래 가죽무역의 중심지였으나, 가죽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기로운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18세기 들어 가죽에 대한 세금이 높아지자, 장인들은 향료공급에 집중했다.
12명의 젊은 여성들을 차례로 살해한 뒤, 몸에 유지를 발라 향을 추출하게 된다. 마지막 13번째 원액을 얻기 위해 귀족인 로라(레이첼 허드우드 분)를 살해한다.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그르누이는 사형대 위에 13개 여인의 향수 한 방울을 떨구고, 그 순간 광장에 모은 모든 사람들이 황홀경에 빠져 그르누이를 천사로 숭배하게 된다. 하지만 그르누이는 군중들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향수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허무함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신이 태어난 생선시장에서 머리 위에 향수를 쏟아붓는다. 향기에 미쳐버린 30여 명의 군중(부랑자·도둑·매춘부 등)이 그르누이를 광적으로 갈구한 나머지, 그르누이의 몸을 흔적도 없이 뜯어 먹게 된다. 세상에 흔적(냄새) 없이 태어난 존재가, 가장 완벽한 냄새를 풍기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퍼퓸(Perfume, 향수)은 라틴어 페르푸뭄(Per fumum, 연기를 통해)에서 유래했는데, 인류가 최초로 향을 이용한 방식은 향이 있는 나무나 식물진액을 태워 연기를 내는 것이었다. 신에게 인간의 감사함을 전하기 위한 매개체로 페르푸움을 피운 것인데, 동양에서 예를 올릴 때 향을 피우는 것도 같은 취지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향수제조법이 기록된 점토판이 남아 있으며, 이집트도 향유문화를 영위했다. 로마시대에는 귀족·목욕 문화와 함께 조향문화가 발전했으며, 중세 이슬람권에서는 증류기술의 발전으로 농밀한 향을 구현했다.
1370년경 헝가리워터(Hungary Water)는 엘리자베스(헝가리 여왕)의 명령으로 만들어 졌는데, 유럽 초기의 알코올 기반 향수 중 하나이다. 오래된 레시피는 로즈마리·타임(백리향)·브랜디를 증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향재료(와인·라벤더·민트·세이지·마조람·코스투스·오렌지블러썸·레몬 등)가 첨가되었다. 1709년 오 드 코롱이 출시되기 전까지, 헝가리워터는 300년 이상 유럽에서 인기를 누렸다. 특히 고급 로즈마리를 원료로 한 프렌치 헝가리워터가 인기가 많았다. 18세기는 프랑스 향수의 전성기였다.
오 드 코롱(Eau de Cologne, 쾰른의 물)은 1709년 조반니 마리아 파리나(Giovanni Maria Farina, 이탈리아 출신 조향사)이 독일 쾰른에서 만든 가벼운 향수로, 향료농도 낮아 지속시간이 짧고 은은하다. 이탈리아 출신이 독일에서 만든 프랑스어 이름의 향수이다. 오 드 콜롱은 프랑스 군인들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특히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은 한 달에 수십 병씩 사용할 정도로 애용했다. 시트러스(감귤류) 계열과 허브 향이 중심을 이루며, 사워 후 가볍게 뿌리거나 기분전환용으로 적합하다. 오늘날에는 향수의 농도단계를 나타내는 범용용어로 주로 사용된다. 부향률은 원액(에센셜 오일)의 비율로, 부향률이 높을수록 향이 진하고 오래 지속된다. 향수농도는 부향률에 따라 다음의 5단계로 구분된다.
Parfum(Extrait de Parfum) : 부향률 15~40%, 6~8시간 이상 지속
EDP(Eau de Parfum, 오 드 퍼퓸) : 10~20%, 5~6시간
EDT(Eau de Toilette, 오 드 뚜왈렛) : 5~15%, 3~4시간
EDC(Eau de Cologne, 오 드 코롱) : 2~5%, 1~2시간
EDF(Eau de Fraiche, 오 드 프레쉬) : 1~3%, 1시간 미만
프랑스어 뚜왈렛(Toilette, 화장실)은 가꾸는 행위(화장·옷차림)를 의미한다. 17~18세기 유럽귀족들은 화장대 위에 아름다운 투알(Toile, 천·보자기)을 깔고, 그 위에 거울·빗·화장품을 올려두었다. 투알의 의미는 단장하는 전체의 과정으로 확장되면서, 현대에 와서는 특정공간(화장실)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원액의 농도가 낮을수록 물의 비중이 높아, 목욕 후나 침구류에 가볍게 뿌리는 용도이다.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교통] 레일을 고정시키는, 침목 (1) | 2026.08.02 |
|---|---|
| [문화] 달리 따스했던, 개 같은 내 인생 (0) | 2026.08.02 |
| [지구] 통계적으로 임박한, 대지진 (1) | 2026.08.01 |
| [역사] 아이게우스가 몸을 던진, 에게해 (0) | 2026.07.31 |
| [역사] 국왕의 특권, 금주령 (0) | 2026.07.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