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장에 꽂힌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을 다시 펼쳐 보았다. 책장에 꽂힌 서적들 중에 가장 두꺼운 책 중의 하나지만, 항상 방대한 페이지를 빠른 시간 내에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가져다줘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1988년 뉴욕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비밀스러운 사모펀드업계에서 흥미롭게 전개되는 베팅심리·전술, 천문학적인 투자금액과 그에 대한 막대한 성과급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회독수를 늘려가면서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수 많은 등장인물의 영어이름들이 너무 헷갈려서 처음에는 앞장을 수시로 넘기며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회독수가 늘수록 영감·감동·재미가 배가된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모펀드의 공식명칭인 사모간접투자기구(PEF, Private Equity Fund)는 50인 미만의 사람들이 모여서 투자하는 펀드이며,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를 PE(Private Equity)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사모펀드가 익숙할 수도 있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사모펀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접할 수 있는 비지니스였다.
사모펀드의 국내 도입, 그 이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PE의 국내진출이 증가했으나, 공모 중심의 국내법제로 인해 국내펀드들은 기업인수(Acquisition)딜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공모(Public Offering)는 사모(Private Placement)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50명 이상의 투자자를 공개모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주모집(Primary Offering)과 구주매출(Secondary Offering)을 총칭한다. 이에 정부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Mergers and Acquisitions) 시장 잠식과 무분별한 구조조정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으며, 국내자본의 자유로운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국내에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2009년 2월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사모펀드 가입조건(최저금액·투자자수 등)을 엄격히 규정했다. 기본적으로 금융과 관련한 엄격한 규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자본시장법은 여러 금융법률을 통합하여 만든 단일법으로, 산업구조·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업종구분 방식을 폐지하고 기능별·포괄적 규제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회사·상품)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자본시장법 이전에는 1968년 제정된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이 있었다.
2011년 9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국형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었다. 기존 PEF와 달리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는데, 레버리지, 파생상품 거래한도 완화, 다양한 투자전략 허용, 보고의무 강화 등이다. 기존의 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헤지펀드 시장이 출범했다. 2013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에 근거하여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는데, 집입규제를 등록제(기존 인가제)로 개선했다. 또한 설립시 사후보고의무(기존 사전등록의무)로 완화했다. 기존의 다양한 분류는 아래와 같이 이원화된 구조로 개편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 헤지펀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 PEF
경영참여형은 경영참여 성격의 투자만 허용되었던 반면, 전문투자형은 경영참여 성격의 투자를 제외한 투자에만 허용되었다. 일반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는데, 2015년 이후 1억(전문투자형)과 3억(경영참여형)이 하한선이었다. 2016년 자본시장법은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창업·벤처전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도입했으며, 2021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는 사모펀드를 투자자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일반 사모펀드 : 기존 전문투자형
기관전용 사모펀드
그 동안 전문투자형의 투자주체가 소액투자를 주로 하는 일반개인이었다는 점에서 <일반>이 <전문투자형>를 승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모펀드 모두 경영참여 성격의 투자가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간 경영참여적 성격의 투자의 활성화를 제한했던 다음을 포함한 경영참여 의무조항을 대부분 삭제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의무
6개월 이상 지분보유 의무
메자닌증권에 투자한 경우 2년내 출자금의 50% 이상을 지분으로 전환할 의무
사모펀드를 통한 지분투자(메자닌 포함)과 중소 규모의 인수투자를 활성화시킬 의도로 보인다. 창업·벤처전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창업·벤처전문 사모펀드로 변경했는데, 굳이 경영참여형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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