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주변을 인지할 수 없고 자극에 무반응하는 행동상태이다. 최근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수면장애는 수면부족 뿐만 아니라 과다수면, 긴 낮잠, 수면문제증상(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비단 뇌졸중 뿐이랴. 오래 전 부터 잠이 보약이라고 했으니, 수면은 모든 병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수면의 소중함을 생각할 때면, 어느 암환자가 말한 소원이 머릿 속을 맴돈다.
하룻밤이라도
통증 없이 자는 것이 소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런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고 깨지만, 암환자에게는 단 한번의 단잠이 소원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서 몇 번의 수면이 남아 있을까. 한정된 수면의 질을 높여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운, 수면장애
인체는 생체시계가 주야를 구별하여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노화로 인해 생체리듬 조절능력이 저하되면,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아침잠이 없어지게 된다. 노년에 일어나는 일찍 자고 일찍 깨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취침 2시간 전부터 분비량이 늘어나다가, 일출의 빛에 의해 분비량이 줄어든다. 노화는 송과체를 퇴화시키면서 멜라토닌 분비량도 감소시키는데, 일출이 되기 전에 멜라토닌이 소진되면서 어두운 새벽에 잠이 깨는 것이다.
환절기에는 쾌적한 숙면의 기회가 많아서 좋다. 몇 해 동안 아이방에서 떠돌이잠을 자면서, 노르딕슬립 쿨매트가 최애템이 되었다. 특히 피부가 매트에 착 달라붙는 접촉냉감은 여름철 전후로 만족스러운 쾌적함을 제공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나타난 뚜렷한 신체증상이 하나 있는데, 자정 넘어서 취침하면 수면시간과 무관하게 다음날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다. 반면 5~6시간을 자더라도 밤 10~11시에 잠을 청하면, 다음날 정신이 맑아진다. 전문의들은 6시간 수면도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7~8시간의 수면을 추천한다. 종합하면 11시 전에 잠을 청한 후, 6~7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최상의 수면습관이다.
여러 단계를 반복하는, 밤잠
1936년 수면단계가 처음 발견되었고, 17년이 지난 1953년 렘(REM)수면이 발견되었다. 수면은 크게 다음 2가지로 구분된다.
렘(REM) : 몸은 마비되었지만, 뇌는 >활성화된 상태(급속안구운동, 근육무긴장 등)
비렘(NREM) :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뇌는 비활동적인 상태
비렘은 수면의 깊이와 비례하여 4단계로 구분되는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각성(wake) : 전체 수면의 5% 이내
비렘(step 1) : 2~5%, 느린 안구운동
비렘(step 2) : 45~50%, 안구운동 정지
비렘(step 3) : 3~8%, 근육 이완
비렘(step 4) : 10~15%, SWS
렘 : 20~25%, 빠른 안구운동, 근육 무력
비렘의 가장 깊은 수면을 SWS(slow wave sleep, 서파수면)이라 하는데, 이는 뇌전도에서 주파수가 감소하고 진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흔히 숙면(熟眠, deep sleep)이라고도 부르며, 전체 수면시간의 10% 가량 차지한다. 7시간 수면을 취한다면, 총 40분 가량이다. SWS에서 안구·근육·심박수·호흡수·뇌활동이 저하되면서, 신체 재생·회복을 돕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비렘은 낮시간의 여러 사건으로부터 의미를 끌어내고 정리하는 단계로,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정립하고 맥락을 파악한다. 기억은 낮시간에는 해마에서 단기기억으로 임시저장되었다가, 수면시간 동안 대뇌피질로 전해져서 장기기억화로 저장된다.
비렘 중에 글림프 시스템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청소한다.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뇌 속 노폐물을 청소·배수하는 시스템으로, 일반 림프관이 거의 없는 뇌에서 림프(하수도) 역할을 한다. 뇌척수액이 뇌혈관 주위 통로를 따라 뇌 깊숙이 들어가, 뇌세포 사이를 흐르며 대사노폐물(베타아밀로이드·타우 등)을 씻어낸 뒤 정맥 주위·림프계를 통해 배출하게 된다. 수면부족은 병적 단백질 축적을 가속화시키게 되고, 이는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의 위험을 높인다.
렘에 도달하면, 호흡·맥박이 불규칙하고 자율신경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꿈을 꾸게 된다. 정상적인 사람은 하룻밤에 비렘-렘 사이클(90분)을 4~6회 반복한다. 중년기에 이르러 수면에서 비렘이 차지하는 비중은 3% 가량인데, 이는 청년기의 20%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비중이다. 비렘 부족은 각성빈도가 증가시키면서, 수면을 통한 육체적·정신적 회복을 더디게 한다. 늙어갈수록 변해가는 생체리듬에 생활습관을 맞춰가야 하는데, 수면습관도 마찬가지다. 변해가는 수면·각성 주기를 실생활과 일치하지 않으면 불면증과 수면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건강] 전기신호로 되찾는, 시력 (0) | 2025.12.13 |
|---|---|
| [건강]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목욕 (0) | 2025.12.02 |
| [음식] 아침의 몸을 깨우는, 꿀 (1) | 2025.11.27 |
| [건강] 생존의 열쇠, 면역 (0) | 2025.11.25 |
| [건강] 실제 건강하지 않은, 식물성 (1) | 2025.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