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국인이 일본 온천에서 숨졌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특히 고령의 여행자는 히트쇼크에 유념해야 한다. 히트쇼크(Heat Shock)는 차가운 공간에서 따뜻한 공간으로 이동할 때 혈압이 급하강하면서 뇌졸중·심근경색으로 이어지는 증상으로, 주로 11~2월 사이에 빈번히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히트쇼트 응급신고 및 그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7만여건 이상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일 아침 실내온도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다. 겨울철 기상과 함께 조금 쌀쌀하다고 느끼는 실내온도가 21~22도 가량이었는데, 일본의 평균 실내온도는 10도 초반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고온다습한 기후와 지진, 그리고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목조주택을 선호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단열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전 글 <맨션과 함께 화려했던, 빌라>에서는 어릴 적 2층 양옥집에 살던 시절, 어머니는 냉기로 가득찬 실내의 겨울추위를 가장 불편해 하셨다고 언급했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열기술이 발전되어서 그렇지, 과거 한국주택들도 대부분 실내온도는 10도 안팎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대중목욕탕에서 열탕·냉탕을 오가는 아재들의 모습에서 남성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에 질세라 친구들끼리도 경쟁하듯 탕을 번갈아 다녔다. 지금까지는 체온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건강하기에 호기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도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아침샤워의 마무리는 냉수로 짧게 하는 편인데, 이는 뇌를 깨우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피해야 하는, 겨울목욕
자택 화장실 욕조에서 목욕 중에 사망한 경우도 많은데, 2024년 12월 54세의 나카야마 미호도 자택 욕조의 물 속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1995년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었던 미호는 고등학생 시절 애정했던 여배우였기도 했지만, 아직 50대 중반의 나이에 허망하게 죽게된 점이 더 충격이었다. 입욕 중 사망사고는 대부분 발견지연이 원인이므로, 가급적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목욕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히트쇼크는 보통 온도차가 5도 이상일 때 발생하는데, 꼭 온도차가 없더라도 겨울철에는 혼자 목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온수에 입수하기 전에 2~3분 정도의 스트레칭·온수샤워를 하는 것이 좋고, 목욕물의 온도는 40도 전후가 적당하다. 42도가 넘는 열탕입욕은 혈압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충분한 물을 섭취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얼마 전 동네 목욕탕에서 온탕에서 나온 한 남성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는데, 온탕에서 나올 때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정책과 함께 생겨난, 혼욕문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 에도(현 도쿄)에 막부를 세웠는데, 이후 다이묘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산킨코타이(参勤交代)는 지방의 다이묘들이 일정 기간 동안 에도에 머물도록 하는 사실상 인질제도로, 반란을 사전에 억제하는 목적을 가졌다. 이렇게 다이묘들은 1년씩 번갈아가면서 영지와 에도에서 머문 것인데, 이 때 활성화된 문화가 여관·온천·혼욕이다. 다이묘의 잦은 이동은 대규모의 수행인력이 수반되었고, 이는 전국적으로 수 많은 편의시설(숙박·식당 등)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여독을 풀기 위해서는 온천이 적격이었고, 이에 일본 전역에서 여관·온천이 번창하게 된다. 물론 지열활동이 활발한 일본에는 자연온천이 많았지만, 에도막부가 온천시설의 대형화·고급화·대중화를 이끈 것이다. 일본인들은 온천에서의 목욕을 통해 피로회복·휴식과 함께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체 중심의 사고를 강화시켰다. 개인적 차원의 행동을 넘어, 가족·이웃·조직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사회적 액티비티였던 것이다. 목욕이 사회적 교류장치로 자리 잡으면서, 목욕문화에서 자연스레 혼욕이 생겨났다. 전통적으로 혼욕이 사회적 활동으로 자리잡은 경우는 많은데, 사우나 문화가 발달한 북유럽(아이슬란드·핀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에도시대에 활발했던 혼욕문화는 메이지 유신 이후 점차 사라지게 되는데, 서구문화의 도입으로 혼욕이 금기시 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대중목욕탕에는 가족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다녔던 마산(양덕동) 목욕탕이 여전히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고, 최근 출장 중에 한번 들렸다. 입구에 들어서서 계산을 하려고 하니, 카운터 안쪽에서 손사레를 치는 것 아닌가. 여탕만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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