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통변은 정답이 없는 열린 해석이다. 물상·조후·격국·억부를 인생의 시기에 맞게 적절하게 적용하면서, 펼치는 작품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사주원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하는 글자는 일간을 중심으로 월지·일지·시지이며, 이후 나머지 4개의 글자와의 상관성을 찾아 나가게 된다. 일간·월지 간의 물상을 떠올리면서, 일간·원국의 음양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정확한 통변이 가능할 수 있다.
성향의 차이, 음양
양간(陽干)은 강직하고 명분을 따르며, 적극적이고 대범한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괄괄·털털한 모습을 보인다. 음간(陰干)은 정의 없이 눈치껏 세력을 따르며, 소극·소심하고 세심한 면이 많다. 양간은 돌출형의 외모를 갖춘 반면, 음간은 오목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겼다. 양일간·음일간의 성향은 다음과 같이 차이가 난다.
양일간 : 나(개인), 발산, 표출, 외향, 적극, 활동, 이상, 결과
음일간 : 우리(공동체), 수용, 관조, 내향, 소극, 치밀, 현실, 과정
결과지향적인 양일간은 식상(일)을 통해 재성을 추구하는 반면, 과정지향적인 음일간은 정재(안정)과 관성(체면)을 추구한다. 양일간 중에서는 갑목·병화이 강한 편이며, 음일간 중에서는 신금·계수가 강하다. 음일간도 신강할 경우, 양간의 성향을 띄기도 한다.
양팔통(陽八通)은 팔자가 모두 양으로 이뤄진 양기로 가득찬 사주로, 남자는 쉴새 없이 일을 벌리고 여자는 남자(양기)의 혜택을 받는다. 음팔통(陰八通)은 팔자가 모두 음으로 이뤄진 음기로 가득찬 사주로, 남자는 여자(음기)의 혜택을 받는다. 음팔통은 남녀 무관하게 소극적인 성향을 띠며, 펼치려는 기운이 약하다.
미실현의 실현, 통근
일간 주변의 환경을 살펴볼 때는 다음 천간·지지 간의 복잡한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천간 : 미실현된 추상적인 힘
지지 : 현실화된 구체적인 힘
천간·지지가 잘 호응하고 있다는 것은 천간이 지지에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상태이며, 그 천간의 힘이 왕(왕성)하다고 본다. 어느 천간이든지 지지의 도움(통근)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통근(通根, 뿌리를 통함)은 천간이 지지의 힘을 잘 받고 있을 상태를 말하는데, 보통 자좌(동주의 지지) 지장간에 인비가 놓이면 통근했다고 한다. 자좌에 인비가 없다면, 자좌와 가깝거나 중요한 지지에 뿌리를 내려서 간신히 버틸 수도 있다. 통근에 있어서 중요한 지지는 월지·일지 순이다. 참고로 천간에서는 비견보다는 인성이 큰 도움이 된다.
천간이 통근하지 못하면, 그 천간은 오히려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데,이는 동일한 오행·십성이 너무 많아도 부작용이 큰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 4개의 천간 중에서 뿌리가 있는 천간을 단번에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간이 강한 통근을 놓고 있다면 강인하고 버티는 사주가 되는데, 일간과 가까운 월일시지에 뿌리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지는 삼합·육합의 작용으로 통근의 강도가 바뀔 수 있다.
천간의 고립은 해당 천간을 둘러싼 3개나 5개 공간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변의 천간·지지(지장간)에 각각 인성·인비가 있어야 고립되지 않는다. 고립된 천간은 주변에서 힘을 얻지 못하여 용(십신의 작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정신 포함)의 악화도 우려된다. 지지는 천간만큼 고립되기가 쉽지 않는데, 지장간의 복잡한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고립된 천간·지지에게 합은 고립의 해소를 뜻하는 반면, 충은 고립의 심화를 나타낸다.
시각의 변경, 투간
투간(透干)은 지장간 글자를 천간에 놓은 경우인데, 사실상 통근과는 다른 기준을 가진 유사한 개념이다. 참고로 투출(透出)은 지장간 글자의 오행이 천간에 놓인 경우이다. 통근·투출·투간이 인정되는 범위는 다음과 같다.
통근 : 2개의 오행(4개의 십성, 인성·비겁)
투출 : 1개의 오행(2개의 십성, 비겁)
투간 : 1개의 십성(비견)
투간의 인정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게 된 계기는 격국론에 있다. 격국은 사주를 여러 유형(격)으로 분류한 것으로, 200여개 이상의 유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76년 발행된 자평진전은 사주유형을 8개로 정리했는데, 오늘날까지 지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간이 환경을 극복하는 시대인 만큼, 격국론이라는 수동적인 개념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자평진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글자는 월령(월지)으로, 이는 환경(계절)의 영향력을 크게 본 것이다. 월지의 십성이 격이 되며, 그 격이 완성되기 위한 조건으로 지장간의 투간이 필요하다. 격의 완성이 확률적으로 낮다. 하지만 투간의 인정범위를 오행으로 넓힐 경우, 월지격국이 완성될 확률이 급증하면서 격국의 의미가 상실되게 된다. 격국론은 이론의 가치를 다지기 위해서, 월지투간이라는 키워드를 내어 놓은 것이다.
"동하지 않는 신살은
바로 작용하지 않는다"
신살이 동했다는 것은 지장간의 투출을 의미하는데, 이는 신살이 작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행운에서 해당 지지·투출천간을 건드리는 시기가 도래하면, 신살이 작용할 것이다. 신살이 동했더라도 희신·기신에 따라 그 피해강도가 달라지게 된다.
내 몸의 사계절, 조후
조후(調候, 기후 조절)는 자연의 기후환경(열기·냉기·습기·건조)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열(燥熱)은 원국이 건조하고 뜨겁다는 것이다. 월지가 사오미월이고 화토가 많은 경우, 금일간(관다신약)과 수일간(재다신약)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한습(寒濕)은 원국이 차갑고 습하다는 것이다. 월지가 해자축월이고 금수가 많은 경우, 화일간(관다신약)과 토일간(재다신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령 목일간이 조열하면 화토다자로 식상생재로 흐르게 된다. 사오월이면 식신격·상관격일 것이고, 미월이면 재격을 갖춘다. 목일간이 한습하면 금수다자로 관인상생으로 흐르게 된다. 해자월이면 장인격·편인격일 것이고, 축월이면 재격을 갖춘다.
조열한습은 조후가 한쪽으로 편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억부·조후 관점에서는 조후가 쏠린 반대의 오행을 용신·희신으로 잡는다. 격국파는 조후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조열합습이 심한 원국일수록, 행운에 따른 희비의 변동성이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생을 주식으로 비유한다면, 조후의 균형이 갖춰진 사주는 가치주로 볼 수 있는 반면, 조후가 불균형한 사주는 성장주·테마주 정도로 보면 된다. 인생의 굴곡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처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능히 즐길 수 있는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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