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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강사가 만드는 교육, 평준화

by Spacewizard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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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되는데,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사교육비는 27.1조원이라는 발표가 있었지만, 실제는 집계되지 않은 비용까지 합산한다면 30조원은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학군 좋다는 동네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선행학습(보통 3년)을 시작하여, 고등학교 진학시점에 이미 고교정규과정을 마치는게 필수코스처럼 되어 있다.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는 사교육에 잠식된 공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선행학습으로 인해 공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의 발언이 나온다. 공교육은 더 이상 학생의 지식과 함께 인품을 양성시켜주는 요람이 아닌, 고등학교 졸업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일타강사

 

1997년 대학입시 재수시절, 지방의 입시학원 강사들의 대우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유명대학을 졸업한 강사들은 여러 사정들에 의해 학원에서 강의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가령 학생운동의 이력으로 인해 임용이 불가했다던지, 아님 개인사정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나온 케이스가 많았다.

 

인터넷강의가 보편화되고 대입전형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학원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양극화와 함께 일타강사가 출현한 것이다. 일타강사는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로, 인강(인터넷 강의)의 개강과 동시에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강사를 일컫는다. 엄청난 인기와 막대한 부가 일타강사에게 쏠렸고, COVID-19를 거치면서 학원은 더 이상 오프라인의 명성만으로는 유지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타강사라는 타이틀은 갑자기 얻게 된 것이라기 보다는, 강사·학원·직원이 치밀한 연구·개발(R&D)를 통해 생산한 브랜드상품이다. 일타강사는 조직(실)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 곳에는 실장을 비롯하여 많은 조교들이 소속된다. 자신만의 싱크탱크로 분석·조성한 문제풀(pool)에서 난이도를 조절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문제유출에 예민하게 된다.

 

단순한 강사를 넘어선, 일타

 

뛰어난 실력이 일타강사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소비자심리를 움직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1등 상품이 될 수 없다. 우선 강의능력(커리큘럼·판서 등)와 함께 호남형 외모과 인성·교양·유머는 기본이며, 필요하다면 트랜디하거나 튀는 의류·악세서리를 갖춘다거나, 시그니처 액션·멘트까지 더해진다. 또한 학생들을 감흥시킬 수 있는 공감능력도 필요한데, 대부분의 일타강사는 과거의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로 학생들의 흥미·의지를 바로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학원계를 연예계와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강사 : 연예인(상품)

학원 : 연예기획사(자본)

조교 : 매니저(노동)

 

일타강사의 연봉이 어떻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강사수입은 다음으로 구성된다.

 

강의료(현강·인강)

이적

교제판매수익

 

보통 일타강사는 현강수입의 60%, 인강수입의 30% 가량을 배분받는데, 아무래도 현강이 강사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비율이 높다. 현강수입은 수강료(주 1회 10만원 이하)와 정원수·강의수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현강수입의 60%가 월 수억원대에 이를 경우, 일타강사는 현강연봉만으로도 수십억원을 받게 된다. 한 학원의 총 인강매출에서 30%가 강사들에게 돌아가는데, 강사들의 수업점유율로 안분된다. 대형학원은 1~5년 단위의 계약이 이뤄지는데, 이 때 일타강사는 수십억원대의 이적료가 책정되기도 한다고 한다. 교제판매수익도 수십~수백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금전적으로만 보면 현시대가 낳은 최고의 전문직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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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와 같이 생겨난, 학군

 

1980년대 이후, 지방에서도 강남8학군은 유명했었다. 1990년대 중반 고교 전국모의고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고등학교 명단에는 강남8학군과 분당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교군(School District, 학군)중·고등학교의 통학 가능한 범위를 지정하고, 그 범위 내의 학교들을 합친 학교의 군(群)을 말한다. 1974년 고교평준화가 도입되면서 학군 개념이 등장했는데, 당시 서울의 후기 일반계고는 총 6개의 학군으로 묶였다. 이 중 1개는 서울 전역의 학생이라면 지원이 가능한 공동학군으로, 도심(종로구·중구, 용산구 일부)의 45개 고등학교를 묶었다. 나머지 5개 학군은 다음과 같았다.

 

1학군(부) : 도봉구·성북구

2학군(부) : 동대문구

3학군(부) : 성동구

4학군(부) : 용산구·영등포구·관악구

5학군(부) : 서대문구·마포구

 

1975년 2개의 학군이 추가되었다. 5학군의 서대문구 일부와 은평구를 합쳐서 6학군이 되었고, 1976년 4학군의 일부(현 영등포구·구로구·강서구·양천구·관악구·동작구)를 분리하여 7학군을 신설했으며, 공동학군을 도심반경 3km 이내의 32개 고등학교로 축소했다. 1977년 다시 2개의 학군이 추가되었다. 1970년대 강남개발로 3학군에 속했던 한강이남(현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을 분리하면서 8학군이 생겨났고, 7학군에 속했던 관악구를 분리하여 9학군이 되었다. 이 때 공동학군은 도심반경 2km 이내의 17개 고등학교로 감소했다.

 

1980년 학군의 큰 변화가 있었는데, 공동학군과 함께 중학교 학군도 폐지된 것이다. 이전까지 중학교 학군은 일반학군(고등학교)에 대응하여 묶었었다. 학군개념도 「학교군」에서 「지역단위」로 변했고, 2~3개의 행정구청 관할지역으로 묶어서 9개의 학군이 되었다. 각 학군의 추첨배정 대상자는 해당학군 중학교의 졸업자가 아닌 학군 내 거주자로 바뀌었다. 1998년 11개의 서울지역교육청 관할구역으로 학군을 재조정하면서, 현재와 같이 지역교육청의 관할구역과 학군의 경계를 일치시켰다.

서울시 고교학군, 2024년 기준 [출처:관악저널]

서울 11개 학군체제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2010학년도부터 다음과 같이 31개 학군으로 세분화되었다.

 

단일학교군(1단계) : 1개(서울 전역 단위)

일반학교군(2단계) : 11개(기존 지역교육청 단위)

통합학교군(3단계) : 19개(인접 2개 일반학군 통합단위)

 

우선 서울 전체 학교 중에서 2개를 지원하여 20~30%가 우선적으로 추첨배정된다. 1단계에서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일반학군 2개를 지원하여 30~40%가 추첨배정된다. 2단계에서도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통합학군에서 강제배정받는다.

 

이전 글 <점점 존재감 잃어가는, 입주장>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 강북에 있던 명문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전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강남8학군이 강남주택가격을 크게 올렸다고 언급했었다. 이렇게 1980년대 초 신도시에 불과했던 강남은 정부 주도로 명문고·학원이 밀집된 교육의 메카가 되었으나, 심화된 강남편중은 여전히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일타강사의 출현이 사교육에 치우친 사회현실로 비춰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인강의 등장으로 교육의 평준화를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지방에서는 일타강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가 어떤지도 알 수가 없었으며, 그저 막 시작한 EBS 강의가 전부였다. 물론 현강에서만 주어지는 팁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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