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천 베어크리크GC에서 봄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봄철 미세먼지가 없어서 시계를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클럽 내 레스토랑에서 한라산·화요25·기네스를 마신 후, 정신없이 걸어다니다 보니 잔디 보다는 먼 광경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드문드문 바위가 드러나 있는 운악산과 칸리조트가 눈에 들어 왔다.
운악산(雲岳山, 현등산·소금강)은 다음의 경기오악(京畿五岳) 중의 하나로, 주봉(망경대)을 중심으로 높게 솟은 봉우리들이 구름을 뚫는 듯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송악산(개성)
관악산(과천)
감악산(양주)
화악산(가평)
운악산(가평)
운악산 중턱에는 험준한 지형에 지어진 석축산성이 있는데, 이는 과거 궁예가 웅거했던 화성(花城, 운악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베어크리크(Bear Creek, 곰이 노닐던 시냇가)는 과거 운악산 자락 일대에서 많이 서식했던 곰에서 착안하여, 류종욱(삼보판지그룹 회장)이 지었다고 한다. 크리크(Creek, 시냇물)은 지연경관을 상징하는 단어로 여러 골프장 이름에서 사용된다.
레저업으로의 변신한, 골판지기업
국내 골판지 업계는 4개사(아세아제지·신대양제지·삼보판지·태림포장)가 시장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수직계열화, 대규모 투자, 전국 유통망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시켜 왔다. 삼보판지그룹은 형제경영(류종욱·류종우)으로 이뤄지다가, 2세대에 와서는 가문 별로 계열분리와 사촌경영체제로 이어졌다.
류종욱 일가 : 삼보판지(차남 류진호), 삼보개발(장남 류경호)
류종우 일가 : 대림제지(차남 류창승), 동진판지(장남 류동원)
형제가문은 차남 중심의 후계구도가 정해졌다. 류진호(삼보판지 대표)는 삼보판지 지분 33.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면서, 삼보개발 지분 10%를 가지고 있다. 류경호(삼보개발 대표)는 삼보판지 지분 13.69%와 삼보개발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류창승(대림제지 대표)는 대림제지 지분 22.4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류동원은 삼보판지 지분 15.18%를 보유하면서, 동진판지(삼보판지 자회사)의 대표로 있다. 회사명 삼보(三寶, 3가지 보물)의 유래를 알 수는 없지만, 이전 글 <속절에서 명절로 체급을 키워온, 추석>에서 불교에서는 삼보(불법승)를 귀히 여긴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03년 삼보개발(삼포판지그룹 계열)은 포천 베어크리크GC(36홀 퍼블릭)를 개장하면서 레저 분야에 처음 진출했으며, 춘천CC(현 라데나CC) 출신 인력을 영입하여 기반을 다졌다고 한다. 류종욱은 2007년 이후 매년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하였으며, 2013년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를 창설했다. 2018년 11월 류종욱이 별세하면서, 류경호가 골프장 경영을 맡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은, 시장점유 확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골프업황이 악화되면서, 베어크리크 포천GC 매출(영업이익률 30%대)이 240억원대에서 180억원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2019년 매출 232억원(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고, COVID-19 펜데믹을 겪으면서 다시 골프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참고로 삼보판지의 매출(2024년 기준)은 5,500억원 수준이다.
2010년 현대시멘트는 금융부채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성우리조트(강원도 횡성, 36홀 회원제 골프장 포함) 매각을 추진했다. 2010년말 삼보개발은 현대성우리조트의 우선협상대상자(인수가 1,500억원)로 선정되었으나, 자금조달 실패로 무산되었다. 결국 2011년 10월 현대시멘트는 신안그룹(신안종합리조트)과 영업양수도 본계약(계약금 10%)을 체결하면서, 성우리조트 자산·부채 일괄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총 4,400억원(부채 포함)으로, 부채를 제외한 순인수대금은 1,400억원 가량이었다. 신안종합리조트는 인수한 성우리조트의 명칭을 웰리힐리파크(Welli Hilli Park)로 변경했다.
2018년 삼보개발은 우리개발로부터 부지를 매입하여, 베어크리크 춘천GC 조성했다. 우리개발이 골프장(회원제)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공사 도중에 자금상환 압박으로 삼보개발에게 부지를 처분했던 것이다. 삼보개발은 매입과 동시에 회원제를 대중제로 변경하는 사업시행사 변경서를 제출한 후, 2019년 춘천GC를 가오픈했다. 2020년 춘천GC를 정식으로 개장하면서, 삼보개발 소유 골프장 규모는 36홀에서 54홀로 늘어났다.
성공적인 고급화 전략, 춘천
삼보개발은 베어크리크 춘천GC를 오픈하면서, 다음의 고급화 전략을 적용했다.
페어웨이 벤트그라스 식재
티오프 9분 간격
베어크리크GC는 양잔디를 많이 식재하고 있는데, 켄터키블루그라스(포천 크리크), 벤트그라스(춘천) 등이 사용되었다. 물론 포천 베어코스는 조선잔디(중지)를 사용하여, 겨울에는 잔디가 노란색으로 변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잔디는 잎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밀도가 높다. 흔히 푹신하고 미끄러우며 지면에 붙어 있는 느낌을 주는데, 정확한 임팩트(다운블로우)가 요구된다. 조선잔디는 볼이 약간 떠 있어서, 중급자 이하의 실수도 약간은 허용되는 편이다.
벤트그래스(Bentgrass)는 해외 유명 프로대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급잔디로, 국내 골프장에서는 주로 그린(퍼팅)잔디에만 식재된다. 벤트그라스에도 여러 품종과 혼합파종 방식(미드나잇·문나잇·프러스펠러티 등)이 있으며,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혼합식재되고 있다. 페어웨이에 벤트그라스로 식재한 대표적인 골프장은 다음과 같다.
장수골프리조트(전북 장수)
해슬리나인브릿지(경기 여주)
트리니티(경기 여주)
성문안(경기 원주)
잭니클라우스(인천 송도)
스카이72(인천 영종도, 오션·하늘)
나인브릿지(제주)
블랙스톤(제주)
핀크스(제주)
라헨느(제주)
티오프 간격 9분이 얼마나 넉넉한 지는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앞뒤 팀이 거의 목격되지 않으면서 여유롭고 프라이빗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골프장은 7분 간격으로 티오프를 운영하고 있다. 휘슬링락CC도 프라이빗한 골프장으로 유명한데, 티오프 간격이 9분이다.
베어크리크는 예치금(30만원)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노쇼(No-Show)를 막기 위한 위약금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치금을 낸 인터넷회원만이 부킹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회원도 실제 부킹경쟁률이 매우 높다. 그 만큼 인기가 많은데, 왠만한 회원제보다 뛰어난 코스관리와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개장 2년 만에 한국 10대 골프코스 평가 6위에 올랐는데, 퍼블릭 최초의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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