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업] 원단에서 시작한 럭셔리, 로로피아나

by Spacewizard 2025. 12. 24.
반응형
 

 

2010년 SBS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김주원(현빈 분)은 자신의 트레이닝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장인(匠人)·명장(名匠)은 영어로 아티잔(artisan) 내지 크래프트맨(craftsman)이라고 하며, 명품 브랜드에서는 마스터(master)를 붙여서 최상급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더 이상 장인이 명품을 만드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제는 상당 수의 명품이 중국인 노동자의 손에서 태어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가가 원가의 수십배에 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이는 노동착취로 원가는 낮추고,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덕분이다.
 
2024년 디올 가방(385만원) 원가가 8만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내용은 하청업체의 노동착취 방치·조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5년 7월 로로피아나가 노동·임금 착취로 인해 1년간 법원감시를 받게 되었는데, 공급업체(하청업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로로피아나 캐시미어를 생산하는 재하청업체(중국인 공장주)는 불법이민자 고용, 주당 최대 90시간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등의 불법을 행했다. 로로피아나는 하청업체가 재하도를 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로로피아나 제품(메이드인 이태리)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되었다는 사실은 놀랄만 하다.

반응형

이탈리아 원단에서 출발한, 로로 피아나
 
로로피아나는 올드머니룩의 유행과 함께 주목을 받으며, 로고없이 간결하지만 초고급·초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19세기 초 로로피아나(Loro Piana) 가문이 트리베로(Trivero,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양모·모직물 사업을 시작한 이후, 100여년이 지난 1924년 피에트로 로로피아나(Pietro Loro Piana)가 쿠아로나(Quarona)에 로로피아나를 설립했다. 로로피아나는 최상급 직물을 생산·유통하는 국내 패브릭업을 영위하다가, 1940년경 프랑코 로로피아나(Franco Loro Piana, 피에트로 조카)가 경영을 이어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이후 프랑코의 두 아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희귀천연섬유(캐시미어·비쿠냐 등) 개발에 집중했다. 1980년 이후 원단을 넘어 다양한 제품(의류·슈즈·액세서리 등)을 생산하면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LVMH(프랑스)가 로로피아나 지분 80% 가량을 인수하면서, 그룹 내 하이엔드 브랜드로 편입했다. 이전 글 <럭셔리 컬렉션의 후계자를 찾는, LVMH>에서 언급한 LVMH 그룹 산하의 럭셔리 브랜드 목록에 로로피아나가 포함되어 있다. 로로 피아나의 잔여 지분(약 20%)는 여전히 창업주 가문이 보유 중이다. 2024년 프레드릭 아르노(베르나르 아르노 삼남)이 로로 피아나 CEO로 선임되었는데, 프레드릭은 리사(블랙핑크 멤버)의 남자친구로 알려져 있다.
 
작지만 큰 차이, 원단
 
로로피아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단을 만드는 회사로, 흔히들 최고급 캐시미어를 떠올린다. 캐시미어(Cashmere)는 몽골(내지 중국 내몽고)의 카프라 히르쿠스(Capra hircus) 염소의 속털(지름 14~16μm)에서 얻는 천연섬유로, 부드러운 촉감과 뛰어난 보온성으로 유명하다. 털갈이(봄) 시기에 염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빗질(combing)을 통해 채취하며, 덩굴식물에 걸린 염소털을 채취하기도 한다.
 
스와치북(swatch book, 원단 번치북)패션·섬유 산업에서 원단샘플을 모아 놓은 책자 형태의 카탈로그로, 색상·질감·구조를 직접 만져보며 확인할 수 있다. 번치(bunch)는 한 묶음(bundle)으로 묶었다는 의미이다. 테일러숍에서는 최고급(내지 기능성) 원단을 번치북의 가장 안쪽에 배치하는데, 로로피아나의 번치북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바깥(흰·검정 표지) : 일반 울, 일반 캐시미어
중간(청·회색 표지) : 특수 울, 고급 캐시미어
안쪽(녹색 표지) : 기능성(방수·방풍·친환경)
 
로로피아나는 천연섬유의 고급스러움 외 방풍·방수 기능을 강화하면서, 고급원단을 일상에서의 다양한 야외활동에서도 적용하게 된 것이다. 로로피아나는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희귀섬유를 개발·생산하기까지 10~20년 가량 걸렸다고 한다. 현재 로로피아나의 최고급 원단라인은 다음과 같다.
 
베이비 캐시미어(Baby Cashmere)
비쿠냐(Vicuña)
기프트 오브 킹스(The Gift of Kings)
로투스 파이버(Lotus Fiber, 연꽃 섬유)

카프라 히르쿠스 염소(좌), 비쿠냐(우)

로로피아나의 아우터는 보통 500만원 이상이며, 비쿠냐 의류는 최소 1,000만원를 상회한다. 기프트 오브 킹스는 호주·뉴질랜드 메리노양에서 추출한 메리노울(지름 10~11μm) 로, 보통 최고급 메리노울이 16μm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가늘다. 참고로 μm(마이크로미터)는 마이크론(micron)으로도 불린다. 베이비 캐시미어는 새끼염소 속털(지름 13.5μm 미만)을 소재로 하는데, 보통 1마리 당 30~40g만 추출한다. 로투스 파이버는 미얀마 연꽃 줄기에서 추출한 소재로, 가벼우면서도 우수한 통기성·방수을 가지고 있다.
 
비쿠냐(1m당 100만원대)는 현존하는 값비싼 원단 중 하나로, 안데스 산맥의 카멜라이드 동물털(지름 12μm 미만)을 소재로 한다. 비쿠냐 스카프 1개를 만들기 위해 1마리가 필요하지만, 비큐냐 코트 1벌에는 35마리에서 추출한다. 카멜라이드(Camelid)는 낙타과에 속하는 동물 계통으로, 우제류(ruminant)로 3실소(3-chambered stomach)를 가진 포유동물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반추동물(소 ·양)은 하나의 연속된 위주머니가 4개의 챔버(방실)로 나뉘어 있다. 카멜라이드에는 낙타·라마(Lama)·알파카·과나코·비쿠냐 등이 포함되며, 척박한 환경(사막·고원)에서의 적응력하기 위해 혹(지방 저장소)을 가진 종이 많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