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버티비전(선운그룹 계열)은 포항 필로스호텔(구 시그너스호텔)을 인수·운영해왔는데, 선운그룹은 나산그룹의 후신이다. 2020년 버터비전은 필로스호텔을 선운에게 170억원에 매각한 후, 2021년 190억원에 재매입했다. 당시 선운은 1년 반만에 +20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으나, 보유 중이던 버티비전 주식(지분율 42.55%)을 지티비(선운그룹 가족회사)에 매각하면서 처분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매입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버티비전은 필로스호텔을 밸류홀딩스에 270억원에 매각하면서 +80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결국 부동산 매매차익은 선운이 아닌 지티비가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이후 브릿지·PF론·착공 단계에 있었던 개발사업은 90% 이상의 확률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2025년 9월 포항 필로스호텔도 공매에 나왔는데, 대주단의 BEP(손익분기점)을 감안하여 410억원까지 입찰이 진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밸류홀딩스는 필로스호텔을 포함한 부지에 주상복합(47층 규모) 개발을 추진했었고, 브릿지론(새마을금고 컨소시엄)으로 353억(담보설정액 405억원)을 차입했다. 문제는 브릿지론 금액이 호텔매입자금보다 +83억원이 많은 규모였다는 점이다. 브릿지론은 PF론 이전에 받는 개발부지 담보대출로, 부동산 매입자금보다는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광고에 진심이었던, 나산
안병균(1948년생, 전남 함평군 나산면)은 1960년대 중반 중학교를 중퇴한 후, 상경하여 밑바닥(공사판·배달일)에서 돈을 모았다. 이후 음식점(중국집·일식집)을 개점하여 사업적 성공을 이뤘지만, 명동에 위치한 일식집이 불에 타면서 재산을 잃게 된다. 몇 년 후 안병균은 서울 도심에 극장식당을 인수하면서 재기하게 되는데, 이 때 이주일과의 인연이 유명하다. 1981년 안병균은 이주일을 업소에 출연시키기 위해 막대한 출연료(연간 2.4억원)을 제안했고, 이를 선금으로 지급했다. 자금부담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광고효과(TV·일간지)를 등에 업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안병균의 경영에서 광고를 뺄 수 없게 된다.
유흥업에서 성공한 안병균은 테헤란로(강남) 인근의 땅에 투자하면서, 의류판매업을 시작하게 된다. 1980년대 초반 아울렛 형태의 의류판매장을 개장하여, 유명 메이커의 재고의류를 싸게 매입하여 판매했다. 이후 나산실업으로 사명을 바꾸게 되는데, 안병균의 고향에서 따온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안병균은 여성복을 직접 제작하게 되는데, 이는 의류판매 경험을 통해 여성복 시장의 잠재력을 엿본 것이다. 이렇게 조이너스·꼼빠니아·메이폴·트루젠 등의 브랜드를 성공시키는데, 지금의 40~50대라면 누구나 톱스타 광고모델이 선전하는 광고와 그 배경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성공을 맛 본, 부동산
안병균은 의류·골프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1989년 이주일에게 유흥업소를 양도했다. 1988년 나산그룹은 청계산 기슭 나산CC를 개장했는데, 당시 18홀(동코스 서코스)을 갖춘 회원제 골프장이었다. 1991년 안병균은 국내 최고 소득자가 되었다.
1994년 나산종합건설은 과거 매집한 개포동 부지 위에 오피스텔(미씨-860) 분양에 성공하면서, 국내 최초 주거형 오피스텔 붐을 일으켰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지하로 연결되었으며, 스포츠시설(수영장·헬스장·골프연습장·사우나 등)과 전문식당, 쇼핑가를 갖춘 복합시설이었다. 1997년 5월 준공된 미씨-860은 그 해 9월 개봉한 영화 접속에서 동현(한석규 분)의 거주지로 나왔는데, 그 만큼 젊은 세대에게 핫한 레지던스 아이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미씨-860은 대청타워로 건물명을 변경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과거 건물명이 더 세련되어 보인다.
경영실패에 한 몫한, 백화점
오피스텔 분양 성공과 함께 백화점업을 구상하게 되는데, 백화점업을 부동산업의 연장으로 본 듯하다. 1994년 강남구청 사거리에 위치한 영동백화점(현 더 피나클 강남)을 인수한 후, 1995년 나산백화점으로 개점했다. 당시 영동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에 위탁되어, 신세계 영동점으로 운영 중이었다. 이에 직접 운영하려는 나산실업과 신세계백화점 간의 마찰이 있었으나, 결국 신세계백화점이 철수하게 된다. 이후 나산백화점은 매출 부진으로 영업을 포기한 후, 1997년 나산 홈플레이스로 개편되었다. 백화점업은 의류 제작·유통업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고, 단기차입금이 1.3조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백화점업 외에 신사업(금융업·지역방송사·프로농구단)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나산그룹은 외환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1998년 1월 화의신청을 하게 된다. 이후 나산CC의 소유주는 선운으로 변경되었다. 선운의 최대주주(21.49%)는 가우플랜으로, 안필호(안병균 장남)가 대표로 있으며 리버사이드호텔을 운영 중이다. 2001년 골프장명을 필로스CC로 변경했는데, 필로스(Philos, 사랑)은 회원우선(고객사랑)을 의미한다. 잔디는 중지로 교체했다. 2002년 남코스(퍼블릭, 양잔디)가 추가했다.
2016년 선운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으나, 유앤아이대부의 자금이 들어가면서 부채(회원권·대출금·대여금)이 전부 상환되면서 2017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그 즈음 필로스CC는 퍼블릭으로 전면전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 필로스CC·푸른솔GC가 마음에 드는 점은 경기 전 뷔페를 제공하는 것인데, 호박죽과 계란후라이 2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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