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1절 기념사는 5분 25초 길이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 3·1절 기념사들에 비해 가장 짧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가 준비한 초안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논리적 구성을 탄탄히 하되 불필요한 말들은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연설문을 담당하는 참모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고 한다.
연설문을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처럼 만들어 달라
르 코르뷔지에는 윤석열 부부에겐 익숙한 인물이다. 2016년 12월 김건희는 예술의 전당에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을 열었고, 2021년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르 코르뷔지에 관한 다음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건축에 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는 대규모 공동주택(아파트) 개념의 창시자로 불리는데, 이전 글 <한국인을 호화유람선에서 살게한, 르 코르뷔지에>에서도 돔이노(dom-ino)를 통해 최소한의 철근콘크리트로 바닥을 만들고, 기둥들이 모서리를 지지하는 구조를 고안했다고 언급했었다. 최소한의 구조·기술로 최대한 많은 공간을 창출하고 한 것이고, 필로티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윤석열은 르 코르뷔지에의 기능주의적 면모와 닮아 있어 보인다. 3·1절 기념사에서도 한일관계에 대한 키워드를 미래·협력로 잡고, 현안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했다. 일관되고 간결한 키워드 중심의 메세지 전달은 윤석열의 특징으로, 취임 후 연설에는 자유·연대라는 일관된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연설은 간결하지만, 디테일이 부재한 문제점이 있다. 국민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에는 너무 정제되고 무미건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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