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AI로 인력을 대체하는 과정에 있다. 2024년 기업 구조조정 상황을 요약한 찌라시를 보면, 많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구조조정을 계획·실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이후 국내외 경제적 악재는 장기불황을 넘어서 경제위기까지 번질 수 있겠다는 의견이 많다. 경기불황은 저조한 실적과 함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데, 경영자는 현재의 수익모델이 과연 미래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회귀할 시간을 버는, 구조조정
만약 새로운 수익모델을 모색하기에 늦지 않은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구조개선·경영개선·체질개선)은 경영효율화를 통해 정상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의미하며, 다른 측면에서는 정상으로 회귀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이미 때를 놓친 기업은 고강도의 구조조정도 소용이 없다. 구조조정은 다음 3개로 구분된다.
재무 구조조정 : 자산매각, 부채축소, 투자유치(증자)
사업 구조조정 : 사업매각, 물적분할(분사),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 인력감축, 전환배치, 근무시간 단축
보통은 부실한 재무상태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에, 구조조정 중에서도 재무 구조조정이 우선 시행된다. 기획·재무 부서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재무 구조조정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사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사내에서는 회사사정이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이 때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사업성이 낮은 사업부문부터 매각을 고려하며, 사업성이 애매한 부문은 분사(스핀오프)를 하게 된다.
때론 매각대상이 되는, 우량자산
물론 상황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군 집중을 위해 우량부문을 매각하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산인그룹은 윤주노(이제훈 분) 팀장을 복귀시켜 그룹 정상화를 맡기는데, 윤팀장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핵심자산(캐시카우) 산인건설 매각을 추진한다. 부실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는 것보다, 우량자산을 제값(심지어 프리미엄 얹어서)에 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SK렌터카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입증된 우량 자회사였지만, 2024년 8월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지분 100%)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PE)에 매각했다. 2024년 4월 어피니티는 여러 PE들과의 경쟁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협상을 거쳐 2024년 6월 양사 간의 거래조건 합의, SK네트웍스 이사회 의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완료되었다. 매각가는 8,200억원(정산 후 8,086억원)이었다.
어피니티는 국내 렌터카 시장의 판도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2024년 롯데렌탈(업계 1위)와 SK렌터카를 모두 인수했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데, 특히 중고차 시장으로의 시장확대가 기대된다. SK네트웍스(SK그룹 중간지주사)는 그룹 구조조정과 기업혁신 재원 마련을 위해 SK렌터카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알테라(Altera, 반도체)는 인텔의 핵심자회사였지만, 2025년 4월 인텔은 알테라(지분 51%)를 매각했다.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직원 입장에서의 구조조정, 인력
인력 구조조정은 직원 입장에서 가장 절망적이다. 인력감축(정리해고)은 인력 구조조정의 최후단계로, 이 단계로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이 나타난다. 해고회피는 직원의 희생(고통분담)을 요구하기에, 직원들은 마지막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 직전의 해고회피 노력에는 다음의 조치들이 있다.
비용절감
근무시간 단축 : 강제순환휴직
신규채용 중단
자발적 퇴직 유도 : 희망퇴직·명예퇴직
대외적으로는 재무·사업 구조조정으로 통해 불필요하거나 수익성 낮은 자회사·계열사를 매각한다면, 대내적으로는 고정비·수당, 직원복지 등의 운영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인력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강구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수단으로 강제순환휴직이 있다. 문제는 명목적인 해고는 없지만, 해고와 같은 인력축소 효과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량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위치 만으로도 법적 보장을 받고 있으니, 정규직을 포기함에 따른 프리미엄을 받을 권리가 분명히 있다. 오랜 시간 인생을 바친 회사를 나오면서 금전(명예퇴직금·위로금)만으로 위로받기는 쉽지 않지만, 위로금 조차 주지 않는 기업들도 즐비하다. 위로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처지라면 다행이다. 한 푼이 절실한 한계기업 입장에서도 위로금도 아까울 수는 있는데, 이는 이미 떠난 핵심인력의 빈자리만 채우고 있는 비효율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전 글 <필요하지만 과한, 성과급>에서는 비용절감이 경영악화에 직면한 회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실적을 회복하는 방안이며, 그 중 인력감축을 통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고 언급했다.
보통 직원들이 일정비율 이상 퇴사하기 시작하면, 남은 직원들도 급격히 유출되는 경향이 크다. 이는 자신이 옳다는 생각이 점차 희석되는 사회적 증명(Social Proof)에 기반하며, 실제 조직문화 악화와 업무부담 증가로 스트레스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많아질수록 구직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점차 명확해지며, 퇴직자와의 네트워킹도 확장·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직장을 추천받는 경우도 많다. 퇴직임계치를 넘어서는 인력유출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붕괴시키기에, 평소에 퇴사율 모니터링, 핵심인재 유지, 퇴사 인터뷰, 루머를 줄이기 위한 소통을 실시·강화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싫다면.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상시적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법치가 많이 거론되지만, 법치는 덕(德)을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삼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턱대고 구조조정 전문가를 채용하기 보다는, 덕장을 활용한 구조조정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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