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유몽베르CC 라운딩 도중, 그늘집에 파리바게트가 있는 것을 보고 신선했던 기억이 있었다. 알고 보니 2020년 클럽하우스와 그늘집을 리모델링한 후, 2021년 골프장 최초로 파리바게트가 입점했던 것이었다. 몽베르CC는 포천 명성산에 위치한 36홀 골프장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북코스(회원제) : 에떼·브렝땅
남코스(대중제) : 오똔·이베르
북코스에서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KPGA)과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KLPGA)가 개최되었을 정도로, 코스설계와 관리가 잘 된 골프장이다.
궁예의 한이 서린 공간, 명성산
명성산(鳴聲山, 울음산)은 왕건과 싸우다 쫓긴 궁계가 서글프게 통곡하자, 산도 같이 울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망무봉(望武峯)은 궁예가 부하를 시켜 망을 보게한 봉우리로, 신령스러운 기암괴석이다. 결국 궁예는 명성산에서 피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몽베르CC 코스에서 남근석이라는 기괴한 대형 자연석이 서 있었는데, 범상치 않은 기운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몽베르CC에서 바라보면, 망무봉 뒤에 산정호수가 있다. 산정(山井, 산 속의 우물)호수는 영북농지개량조합이 농업용수 확보 목적으로 산중에 조성(1925년)한 인공저수지로,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참고로 일제는 한반도 각지에는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가 많이 건설하였는데, 이는 지역농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머니와 가끔 찾았던 창원 봉림저수지도 일제강점기 김해수리조합이 봉림양수장과 함께 설치된 인공저수지이다. 저수지(貯水池)는 빗물이나 유입수(강·하천)의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중력 또는 인위적 방법으로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농업용수 공급시설이다. 농경지가 물의 고도보다 높으면 자연적으로 물이 흐를 수가 없게 되는데, 이 때 양수장(揚水場)에서 양수기(펌프)와 전동기(동력장치)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와이프와 연애 시절, 신선한 데이트코스라고 찾은 곳이 호명산(가평) 정상 부근의 호명호수였다. 당시 등나무로 만든 피크닉 바구니에 손수 샌드위치까지 만들어 갔던 기억이 있는데, 비가 와서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호수가를 한 바퀴 산책했었다. 호명호수는 전력생산을 위해 조성(1980년)된 수력발전용 인공저수지로, 청평양수발전소(한국 최초의 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이다.
미완의 골프장, 산정호수CC
1989년 동우는 골프장 사업계획 승인을 득한 후, 임상하가 골프을 설계했다. 임상하는 최대한 많은 홀에서 신령스런 망무봉이 눈에 들어 오도록 코스설계 루트플랜을 준비했고, 상품성 제고를 위해 디스몬드 뮤어헤드(Desmond Muirhead, 영국 골프장 코스설계자)에게 코스의 조경설계를 따로 의뢰했다. 뮤어헤드는 골프장 이름으로 롱 레이크 힐(Long Lake Hill)을 제안했지만, 대외적이 공식명칭은 산정호수CC였다. 1991년 산정호수CC는 회원에 한정하여 부분개장한 이후, 1992년 동우의 부도로 골프장의 완공이 10여년 동안 중단되었다.
2002년 원광(환경처리업, 김학헌 회장)이 산정호수CC를 인수했는데, 미완성된 36홀 골프장과 고급 리조트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원광은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고, 2003년 골프장 이름도 프랑스어 몽베르(Montvert, 푸른 산)로 변경했다. 골프장을 인수하는 여느 기업의 오너과 마찬가지로, 김학헌도 몽베르CC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 김학헌은 검찰소환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저축은행의 거액 부실대출 의혹에 관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2000년 설립된 원광인바이로텍(폐기물처리업)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2004년 에이스저축은행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에이스저축은행의 주주는 김학헌(55.5%)과 원광인바이로텍(45.5%)였다.
2011년 원광은 대유위니아그룹에 몽베르CC를 370억원 가량에 매각했는데, 대유위니아그룹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차원에서 골프장을 인수했다. 인수 후 개명된 대유몽베르CC의 운영주체는 다음으로 구성된 대유몽베르조합이었다.
동강홀딩스 : 대유위니스그룹 지주사
스마트홀딩스 : 계열사
2023년 대유위니아그룹은 경영 악화와 임금체불 문제를 겪게 되는데, 이에 2023년 11월 동화그룹에 대유몽베르CC를 3,0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스마트홀딩스(대유에이텍 종속회사)는 엠파크(중고차 매매단지 운영)에게 몽베르CC 운영에 대한 영업권 일체를 양도한 것으로, 엠파크(한국일보사 자회사)는 동화그룹의 증손회사이다. 매각협상 초기에는 매각가를 4,000억원대로 고려했다고 전해졌는데, 신속한 매각과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3,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매각가격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유휴부지(7개홀 규모)에 대한 허가를 득해 놓은 상태였다. 대유위니아그룹의 경영난으로 골프장 운영과 코스관리가 미흡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동화그룹 인수 이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섬유에서 시작한, 대유그룹
대유위니아그룹의 시작은 1960년 설립된 동인염색가공(섬유가공업)이었다. 2000년대 박영우는 자동차 부품소재와 가전제조를 중심으로 대유위니아그룹을 성장시켰는데, 문제는 M&A(인수합병)을 통한 공격적인 급성장이었다. 대유위니아그룹 산하의 대표적인 회사는 다음과 같은데, 2023년부터 대거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동강홀딩스 : 실질적인 지주사
대유에이텍 : 자동차 부품(차량시트·인테리어) 전문 계열사
대유홀딩스 : 중간 지주사(계열사 지본 소유 및 관리), 법정관리 중 파산
대유플러스 : 중간 지주사(자동차 부품 및 관련 업무), 법정관리 중 회생계획안 인가
위니아(구 위니아딤채) : 법정관리 중
위니아전자 : 법정관리 중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 법정관리 중 파산 수순
위니아에이드 : 가전제품 관련 서비스 및 유지보수
2019년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은 위니아전자로부터 물적분할되었는데, 가전(가정용 전자기기)의 생산을 전문적으로 한다.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위니아·위니아전자는 완제품의 마케팅·판매를 맡는 구조였다. 위니아·위니아전자는 커버하는 시장이 달랐다. 위니아는 딤채(김치냉장고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시장에서 경영활동을 영위했던 반면, 위니아전자는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2015년 대유그룹은 위니아만도를 700억원 가량에 인수한 후, 사명을 대유위니아로 변경했다. 이후 2019년 위니아딤채, 2022년 위니아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2016년 동강홀딩스(지주회사)에서 주식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분할된 부문과 대유플러스 사업부문을 합병하여 대유홀딩스를 설립했다. 2018년 대유홀딩스는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한 후, 사명을 과거의 대우전자로 변경했다.
2025년 1월 스마트홀딩스는 대유에이텍(모회사)에 의해 흡수합병되었는데, 이 무증자합병으로 대유에이텍만 존속회사로 남고 스마트홀딩스는 해산했다. 결과적으로 경영조직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부채비율 개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24년 9월 DH글로벌(생활가전업)은 회생절차 중인 대유플러스를 인수하여, 사명을 DH오토넥스로 변경했다. 2024년 12월 DH오토넥스는 대유홀딩스와 대유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대여금(260억원 상당) 반환소송을 제기한 이후, 회생절차 진행 중인 대유홀딩스의 파산을 신청했다. 이에 2025년 5월 대유홀딩스는 파산선고를 받았다.
2024년 3월 박영우(대유위니아그룹 회장)는 임금·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검찰은 2022년부터 347억원 상당의 임금·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박영우는 박재옥(박정희 장녀)의 사위로, 박정희 외손사위이자 박근혜 조카사위이다. 2025년 2월 1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했는데, 임금체불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아 인지하고 있었으며 변제를 통한 피해복구에 소홀했던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재벌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너의 사법리스크는 기업의 의사결정(특히 투자) 지연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룹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그 결말은 더욱 절망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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