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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금융을 정리하는, 예보

by Spacewizard 202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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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 파산>에서는 SVB가 자본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채권·주식·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바이럴로 인해 뱅크런의 가속화와 주가폭락이 초래되었고,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하였다고 언급했었다. 이는 부실금융회사에 대해 신속한 응·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투자자·예금자는 손실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융시장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다. 이 법은 부실금융기관을 신속히 처리하고, 금융지주회사·대주주가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산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예상 외의 역할을 하는 예금보험공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참고로 미국에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시장의 파수꾼, 예보

 

예금보호공사(KDIC, 예보)는 흔히 예금자보호를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급지급이 불가능할 경우, 예보가 원금(이자 포함) 1인당 최대 5,0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잘못 송금된 돈에 대해서도 최대 5,000만원까지 반환해주기도 하는데, 이를 착오송급 반환지원이라 한다. 하지만 예보는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에서도 큰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데, 예보의 설립목적이 금융회사의 파산 등으로 에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를 전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예보의 역할은 크게 다음과 같다.

 

부실금융회사 정리 : 청산관리인·파산관재인

부실관련자에 대한 조사·책임추궁

금융회사 경영분석 등을 통한 부실의 조기 확인·대응

예금보험기금 조달 및 지원자금 회수

 

금융위원회·예보는 부실금융기관을 적절한 방법으로 정리하게 되는데,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부실금융회사의 경영개선계획을 기반으로 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하여 구체적인 정리방식을 결정한다. 예보는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뒤따르는 예금자에 대한 보험금지급과 각종 자금지원을 하게 되는데, 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2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사는 예금자 등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에 해당 부실금융회사에 대한 계약이전의 명령, 파산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공사의 요청을 받은 금융위원회는 결과를 지체없이 공사에 통보하여야 한다.

 

부실징후가 보이는 금융회사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파견·감사하게 되는데, 이 때 예보 소속의 직원도 1명 정도 파견하게 된다. 이는 추후 해당 금융회사에 예보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예보는 다음 4가지 지원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최소비용의 원칙

손실분담의 원칙

자구노력의 원칙

투명성·객관성의 원칙

 

최소비용의 원칙은 좁게는 직접적인 공적자금을 대상으로 하지만, 넓게는 금융 시스템리스크 증가로 인한 국민경제적·사회적 손실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 부실금융기관의 직원들은 고용보장을 받고 싶을지라도, 예보는 최소비용의 원칙에 의거하여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정리의 시작 낙인, 부실금융회사

 

부실금융회사는 예금자보호법 제2조 5항에서 정한 부보금융회사로, 경제적 불능(부채가 자산을 초과)으로 인해 정상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한 회사 중에서 금융위원회(내지 예금보험위원회)가 정하게 된다. (附保, 보험을 더함)는 예보의 보호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금융회사가 경제적 지급불능에 처하는 시점이 법률적인 지급불능 선언시점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실제적인 부실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부실성을 판단하는 방법은 다음 2가지가 있다.

 

경영실태평가제도

자기자본비율 : 업종별로 다양한 기준

 

이전 글 <금융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 건전성>에서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BIS비율과 NCR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경영실태평가제도는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여, 종합적·통일적인 방식에 따라 일정한 등급으로 평가하는 제도이다. 금융기관의 그룹별 특성에 따라 다음 3개의 평가시스템으로 구별되고, 평가결과는 1~5등급(15개 단계)으로 구분된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감독규정 제33조 3항에서는, 경영실태평가 부문에 내부통제부문(I)를 별도로 분리하면서 평가비중을 변경했다.

 

CAMEL-IR

     Capital adequacy : 자본적정성

     Asset quality : 자산건전성

     Management : 경영관리의 적정성

     Earnings : 수익성

     Liquidity : 유동성

     Internal control : 내부통제

     Risk management : 위험관리

 

ROCA

     Risk management

     Operational controls : 경영관리·내부통제

     Compliance : 규정준수·내부감사

     Asset quality : 자산상태·부실채권

 

CACREL

 

CACREL은 CAMEL-R에서 Management를 Compliance로 대체한 평가시스템이다. 금융당국이 부실성 평가를 기반으로 부실성을 인식한 후, 법률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하면서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정리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적기시정조치(PCA, Prompt Corrective Action, 경영개선조치) 중의 경영개선명령을 선언하면서, 정리가 가능하다. 이전 글 <부실낙인의 점잖은 표현, 시정조치>에서는 적기시정조치와 금융기관별 기준에 대해서 언급했었는데, 금융당국은 경영개선조치를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를 유도하게 된다.

 

부실금융기관 정리, 구조조정

 

금산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부실금융회사가 좀비처럼 시장을 떠돌면서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것이다. 부실금융회사는 금산법 상의 기준에 따라 생존·퇴출이 결정된 이후, 다음의 과정에 따라 구조조정(정리)된다. 

 

경영개선조치 : 권고 < 요구 < 명령

부실금융기관 지정 : 정리절차 개시

구조조정 진행 : 3가지 방식

책임경영 유도 : 금융지주회사·대주주 규제 강화

 

금융당국의 정리방식은 회생가능성(존속)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비폐쇄형(회생가능성 有)

     자체정상화

     매각

     M&A(Mergers & Acquisitions) : 인수합병     

 

폐쇄형(회생가능성 無)

     P&A(Purchase & Assumption) : 구매승계(자산부채이전)

     정리금융회사 : 가교(bridge) 역할

     청산·파산 : 부보예금에 대해 보험금 지급

 

자체정상화·매각은 공적자금 지원(예보 등의 출연·출자·대출·지급보증 등)을 통해 정리가 되도록 하는데, 기존의 경영진이 유지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도덕적 해이와 자구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MOU(경영정상화계획이행약정)을 체결한 후, 분기별 점검을 통해 약정목표의 이행 여부를 관리한다. 이에 더하여 부실책임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정히 추궁하고 은닉재산을 체계적으로 조사·환수하게 된다.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부실금융회사는 파산선고 후 파산절차가 진행된다. 예보는 파산관재인으로서 부실금융회사의 자산을 회수하고 파산채권자(예금자 등)에 대한 파산배당을 지급하게 된다.

 

M&A는 부실금융기관을 건전한 금융기관과 강제적으로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P&A와 달리 부실금융기관의 모든 자산·부채를 동시에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공적자금 투입은 최소화하는 대신, 인수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는 주로 대형금융기관이 부실한 중소금융기관을 흡수하게 되는데, 이는 부실금융기관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대신에 인수금융기관에게 위험을 부담시키는 효과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개 은행이 인수합병되었다. 예금자보호법 제36조에서는 합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사는 예금자 등의 보호 및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부실금융회사 등 또는 그 부실금융회사 등을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자회사 등으로 두는 금융지주회사를 당사자로 하는 합병이나 영업의 양도·양수 또는 제3자 인수알선할 수 있다.

 

최대한 비폐쇄형으로 진행을 하다가, 대안이 없을 경우 폐쇄형으로 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최종적으로 불발될 경우, 예보는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폐쇄형 정리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1월 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메리츠화재)가 MG손보 노조로부터 실사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는데, P&A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정리·청산·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P&A는 금융위의 행정처분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개별 자산·부채 또는 발생의 기초가 되는 계약상의 지위를 제3자의 건전 금융기관으로 선택적으로 이전하는 정리방식으로, 이전되지 못한 부실채권은 정리대상이 되면서 정부가 떠안게 된다. P&A는 예금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즉각적인 파산을 막을 수 있지만, 부실채권을 선별·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2012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P&A방식을 통해 부실저축은행의 건전한 자산을 새마을금고·신협 등으로 이전했으며,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개입했다. 많은 대주주·경영진이 불법대출·부실경영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이후 대주주 적격과 경영개선 조치가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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