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하면서, 통화정책을 피벗했다. 지난 몇달 동안 시장(금융·자산)을 들었다 놨다 하던 FED에서 노련하게 실행한 만큼, 단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가 않다. 수개월 동안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파월의 입만 쳐다보며 기대·실망을 반복했고, 그 사이에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을 커져만 갔다. 여기서 파월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긴장을 충분히 늦춘 후에 과감하게 빅컷을 한 것이다. 몇 개월 전에 금리인하를 했더라면, 아마도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컸을 것이다. 물론 거의 확정적인 사실은 존재하는데, 금리인하의 추세화가 자산가격의 우상향으로 이어질 거라는 것이다.
금리정책 변곡점을 지난, 미국
최근 미국은 고금리(모기지금리 7%대) 상황에서도 주택가격 상승을 보여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FED가 빅컷을 단행한 배경에는 고용(실업률)이 있다. 이전 글 <자산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저수지, 통화량>에서는 1998년 이후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FED는 물가 외에도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고용이다. 실업률에 초점을 맞춘 이상 주택가격이 급등을 하더라도 미국의 금리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최저실업률로, 1968년 프리드먼(M. Friedman)이 제시한 개념이다. 완전고용 여부를 판단하는 자연실업률은 중립금리와 상응하는 개념으로, 현재 4%를 초과한 실업률은 2027년에 가서야 자연실업률 추정치인 4.2%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한데, 한번 내리기 시작한 금리는 앞으로 몇 차례 더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점도표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9월 점도표(dot plot)의 최종금리(터미널레이트)는 중립금리와 일치하게 나왔는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중립금리 추정치를 2.875%로 보았다. 기준금리 전망치는 다음과 같다.
2024년 말 : 4.375% (△100bp)
2025년 말 : 3.375% (△100bp)
2026년 말 : 2.875% (△50bp)
2027년 말 : 2.875% (동결)
3년에 걸쳐서 2.5%p를 내린 후,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향후 FOMC에서 계속 바뀔 가능성이 높은 숫자이지만, 우리가 볼 것은 방향성(추세)이다.

정부·한국은행의 오묘한 신경전, 금리인하
미국이 금리인하 버튼을 누른 만큼, 한국도 그 방향으로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2~3달 동안 한국은행장·금융감독원장이 낯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택가격 불안에 대한 경고를 대놓고 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장은 부동산시장을 주시하면서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의중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응답하듯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들에게 대출총량을 제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이 정부의 입장을 대신하여, 한국은행장에게 금리인하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가계대출이 잠시라도 주춤하는 사이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의 눈에는 왠지 겁에 질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부(자산)의 증식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한국은행장·금융감독원장 정도는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자고로 정책은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해야 하는데, 이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국민)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모바일의 발전으로 충분한 정보력 갖춘 국민들은 이미 정책(금리인하)와 그에 따른 효과(자산상승)까지 예상하며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태이다. 2024년 하반기 금리인하를 앞두고, 상반기·여름비수기 서울아파트가 보여준 급등조짐이 이를 말해준다. 이전 글 <눈에 보이게 꿈틀거리는, 아파트 가격>에서는 2024년 상반기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는 부분을 언급했었다. 금융감독원장은 대출총량을 규제해서라도 주택시장의 유동성 쏠림을 막아보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이미 투기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늦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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